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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아카]수트

Rye_in_your_eye 2016. 9. 6. 21:08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소리, 어슴푸레하게 켜진 조명. 아늑한 바였지만 조직의 거래를 위해 온 터라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심지어 확인을 위해 상대가 요구한 조건은 왼손으로 버본을 마시고 있을 것. 많고 많은 술중에 왜 버본이어야만 하는지도 의문인데다 상대방이 접근할 때 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는 사실도 아무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번 거래상대는 조직조차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인물이다. 여러번의 접촉을 통해 간신히 알아낸 것조차 거짓 정보. 결국 그 자의 이름은 살생부에 오르게 되었다. 거래가 끝난 뒤 한 줌의 재로 사라질 상대를 기다리는 것은 허무함만이 가득했다. 결국 나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는 건가. 입맛이 썼다. 그 순간, 귓가에 달빛이 내려앉았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감미로운 선율에 이끌려 바라본 곳에는...

 

잠깐.

 

아무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카이 슈이치?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마를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셔츠깃에 반쯤 가려진 목덜미를 지나 쇄골이 드러날 정도로 단추를 풀어내린 드레스 셔츠, 한 단 접은 슬랙스 아래로 페달을 밟을 때 마다 언뜻 비치는 발목까지... 제가 알던 아카이 슈이치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혹시 베르무트가 변장한 것은 아닐까하는 시덥잖은 생각으로까지 번지려고 할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버본에 취하고 싶은 밤이예요, 그렇지 않나요?"

 

 

----

 

 

"요구한 것은 모두 준비했습니다. 여기서 확인해도 괜찮습니다만..."
"조직에서 일을 그르칠 리가 없으니까요. 다음 연락은 10일 뒤로 하죠."

 

다음은 없을텐데. 가방을 손에 넣자마자 자리를 뜨는 모습이 쫓기는 것처럼 보여 신경쓰였지만 임무는 끝이나 마찬가지였다. 희미하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아무로는 소파에 무너지듯이 기대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버본이지만 몇 잔 째 마시다 보니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었다. 5분정도 지났을까,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크라운을 돌리는 순간 폭탄이 터질 것이다. 아니, 터졌을 것이다.

 

"처음보는 형태의 기폭장치라니, 속을 뻔 했지 않나."

 

목덜미에 닿은 서늘한 감촉만 아니었다면.

 

"아무로 군에게는 유감이지만 우리도 쫓고 있는 대상이라서 말이지. 죽이는건 곤란해."

FBI가 쫓고 있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한 번 꼬리를 밟힌 이상 여기서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번째는 덫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다. 하지만 오늘의 아무로 토오루는 정답만을 말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 싫었다.

 

"이미 수사관 몇 명이 따라붙었으니 돌아가는 쪽이..."
"쉿."

 

들고있던 잔을 기울여 셔츠에 남김없이 부어버렸다. 짙은 올리브색 눈동자에 곤란함이 스쳐 지나갔다.

 

"왜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도발이 목적이라면 실패했다고 말하겠어."
"틀렸어. 나는..."

 

당신을 나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을 뿐.

 

----

 

엥... 주제는 수트인데 어디로 사라지신 부분???

흑흑 어차피 지각한거 마음가는대로 쓰다보니 이런 게 나와버렸구 ㅇㅅㅠ 아카이가 월광 1악장 연주하는걸 보고싶다는 사심이 들어갔슴다.. 근데 세상에 이렇게 짧을 줄이야

마지막 문장은 다들 아시는 거기서 따왔읍니다... 물들이는 것 말고 안을 가득 채워주는 것도 보고 싶네여 누가 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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