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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아카]우산

Rye_in_your_eye 2016. 10. 9. 23:16

툭. 투둑.


빗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졌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아카이는 저 홀로 느긋했다. 뉴욕에서 비를 맞는 것은 그야말로 일상이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약속장소까지는 앞으로 10분.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지만 아카이의 발걸음은 변함이 없었다.


만나기로 했던 광장에는 시계탑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처음이었다. 항상 먼저 와서 기다리다가, 제가 보이면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그가 별다른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후루야 레이가 지각이라니, 아카이는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전화를 걸어볼까 하고 품 속에 손을 넣은 순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두워지는 시야에 뒤를 돌아보니 후루야가 우산을 들고 있었다.


"...레이 군?"

"아카이 슈이치."


이런. 풀네임으로 부르는걸 보면 화가 단단히 난 듯 싶은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말꼬리를 빙빙 돌리는 것보다 정면돌파가 효과적이다. 


"뭐 때문에 화가 난건지 알려주지 않겠나."

"..."

"오랜만에 보는 연인이 웃어주지 않는다면 매우 슬플 것 같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부루퉁한 얼굴은 그대로지만 귀 끝이 붉게 물든 것이 확연했다. 아, 어떡하면 좋지? 참을 수 없어진 아카이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따뜻하게 닿아오는 입술이, 은은하게 나는 향기가, 시리도록 푸른 눈이,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이건 반칙이예요."

"레이 군이 사랑스러운 걸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반칙이라고..."


후루야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부끄러운 것과 별개로, 아직 화는 풀리지 않았는지 금방 쏘아대기 시작한다.


아카이 슈이치. 듣고 있어.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라고 말했지. 그런데 지금은. 연인이 씌워주는 걸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게 아니잖아!"

"호오."

"그것도 아니야!"


한 마디 한 마디에 바로 반응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혹시 레이 군..."

"따, 딱히 당신을 걱정하는건 아니라구요!"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아카이 슈이치!!!!"


결국 소리를 지르는 후루야를 보며 아카이는 장난이 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토라진 연인을 달래기 위해서는 안아주는 것이 제일 좋다던데, 언뜻 들었던 말을 생각하며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알면 됐어요."